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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자유시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20-02-14 · 개선 정본 판본

_어느 어리석은 양이_

통곡의 시간은
잊혀질 수 없다.

만민의 권력으로
누군가 그를 찍어 눌렀다.

만민의 입은
생각하기를 멈춘 채
그를 상처 입혔고,

만민의 눈은
그를 사냥감으로 보았다.

자기들의 식탁에 올려
만찬을 즐겼다.

통곡의 시간,
어떤 만민의 머리 역시
그의 숨통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묵인된 타살.

만민의 손이 권력을,
권력은 입과 눈을,
입과 눈과 머리는
그를 식탁에서 즐겼다.

그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피는
내 심장과 눈에 흐르고,
내 뇌 한켠에 고였다.

만찬을 씹은 이들은
자기들은 무고하다고 한다.

하나같이.

그리고 그 부귀영화로
지금도 만찬을 즐기려 한다.

만인의 만찬.

깨끗하다 생각하는
더러운 머리,
더러운 입,
더러운 손,
경멸의 눈알.

그 더러움을 씻어주는
그의 뜨거운 피.

그 더러움을 씻어주는
그의 뜨거운 목숨.

나 역시
그의 피를 빠는 기생충일지 모른다.

더러운 내 기분을
어찌할 줄 모르는
어린 양.

어린 양은 죄스러움에 울며
그를 기억한다.

그는 더러움을 씻기 위해,
통곡하기 위해,
죄스러움 속에서
영원히 안식을 찾지 못한다.

더러움의 어리석음은
반복된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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