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답을 받고 다시 질문한다. 이 과정이 여러 번 이어지면 함께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대화 횟수와 이해의 깊이는 같은 것이 아니다. 대화를 거치며 무엇을 새로 구분했고, 어떤 판단을 바꿨는지가 더 궁금하다.
협력적 대화는 내가 AI의 답을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답을 현재의 상황에 놓아 보고, 빠진 조건을 묻고, 그 결과로 문제와 질문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같은 말도 관계가 달라지면 뜻이 달라진다
‘빠르다’는 말만으로는 무엇이 좋은지 알 수 없다. 무엇과 비교하는지, 누가 어떤 일을 하려는지, 속도 외에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원문에서 자동차와 비행기를 예로 들었던 이유도 이런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예를 특정 교통수단의 성능 판정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AI가 비교 문장을 제시하면 그 비교의 대상과 기준을 되묻자는 뜻이다. 최고 속도가 필요한지,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필요한지에 따라 질문은 달라진다.
기존 글에서는 관계틀 이론을 이런 관점을 설명하는 데 가져왔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와 관계 학습을 다루는 이론을 곧바로 LLM의 내부 작동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우리가 어떤 관계와 맥락을 묻는지에 집중하겠다.
답에 동의하기 전에 조건을 찾아보기
AI가 ‘고객은 편리한 서비스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하자. 설명용 예시다. 바로 기능 목록을 요청하기 전에 어떤 고객이 무슨 일을 할 때 느끼는 편리함인지 묻는다. 빠른 처리인지,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지, 도움을 받기 쉬운지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다음 현장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더한다. 실제 고객의 말과 관찰을 제공했다면, AI가 그것과 별도로 가정한 부분을 나누도록 요청한다. 고객에게 확인하지 않은 설명은 가설로 남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내 말에 잘 맞장구치는지가 아니다. 내가 빠뜨린 조건이나 다른 해석이 드러나는지, 그중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대화를 작업 기록으로 남기기
처음 질문과 마지막 답 사이에 세 가지를 적어보면 좋겠다. 바뀐 문제 정의, 버린 가정, 다음에 확인할 사실이다. 변화가 없다면 이번 대화가 문장을 정리한 작업이었는지, 이해를 바꾼 작업이었는지 구분해 볼 수 있다.
AI가 틀린 내용을 냈다면 틀린 사실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왜 그럴듯하게 느껴졌는지 살펴보는 재료로 삼을 수는 있지만, 실제 판단에 쓸 정보는 확인하고 수정한다. 새로운 비유를 탐색하는 자리와 사실을 채택하는 자리를 섞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답을 잠시 닫고 자기 말로 설명해 보자. 지금의 선택 이유와 그 선택을 바꿀 조건을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설명이 어렵다면 답을 더 매끈하게 만드는 것보다 이해되지 않은 관계로 돌아간다.
내가 말하는 협력적 대화는 AI와 사람이 자동으로 함께 성장한다는 약속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정보와 설명을 놓고 사람이 확인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바꾸어 가자는 제안이다. 대화를 많이 했는가보다, 대화 뒤에 무엇을 더 정확히 물을 수 있게 되었는가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