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와 아이폰을 떠올리면 제품 하나가 사람들의 생활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게임을 즐기고 함께 보는 방식, 손안의 기기로 일상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나는 이 두 제품에서 탁월한 기능만큼이나 제품 주변에 만들어진 관계를 보고 싶다.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 제품을 만드는 사업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따로 물어야 할 질문이다. 누가 쓰는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누구의 활동이 가치를 더하는가. 이 질문들이 연결돼야 제품의 인기가 사업의 지속 조건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제품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
스타크래프트를 제품으로 보면 게임 규칙과 전략, 이용 경험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으로 시야를 넓히면 PC방, 선수, 관객, 방송과 대회가 보인다. 아이폰에서도 기기 자체와 함께 앱 개발자, 통신 서비스, 콘텐츠와 이용자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이 비교만으로 어느 회사가 사업을 잘했는지 판정할 수는 없다. 두 산업의 조건도, 수익을 만든 시점과 방식도 다르다. 특히 한 기업의 성과를 불법 복제나 판매 방식 하나로 설명하려면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여기서 두 사례는 승패를 가르는 증거가 아니라, 제품 밖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는 출발점이다.
제품이 널리 쓰일수록 유지 비용도 생긴다. 제품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 그들이 참여할 이유도 필요하다. 이용자는 가치를 얻는데 제공자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고, 회사는 돈을 벌지만 중요한 파트너가 떠날 수도 있다. 인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관계가 모두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표보다 넓게 사업을 보기
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누가 어떤 가치를 얻고, 그 가치를 어떻게 제공하고 유지하는지 설명하는 구조로 본다. 돈을 받는 방식은 그 안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Strategyzer의 비즈니스 모델 설명](https://www.strategyzer.com/library/what-is-a-business-model)에서도 매출원은 고객·가치 제안·활동·파트너 등과 함께 놓인다.
가령 구독료를 받겠다는 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가 계속 사용할 이유, 서비스를 유지할 비용, 다른 참여자의 역할이 함께 설명돼야 한다. 반대로 일회성 판매라는 이유만으로 약한 사업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어떤 비용 구조로 제공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내가 말하는 Fit Crafting
Fit Crafting은 제품과 주변 조건이 맞물리는 방식을 계속 살피고 조정하자는 나의 제안이다. 어떤 수익 방식이든 미리 정답으로 삼기보다, 지금의 고객과 환경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어긋나는지를 본다.
자기 사업에 적용하려면 먼저 세 문장을 적어보면 좋겠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 제품을 쓰는지, 그 가치를 제공하는 데 누가 무엇을 부담하는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지다. 답이 막히는 곳이 다음에 확인할 부분이다.
이때 추측과 관측을 구분해야 한다. 사용자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실제 사용 기록과 다르고, 비용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지불과 다르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 사업 전체를 바꾸기 전에 해당 관계부터 작은 범위에서 확인한다.
혁신의 순간은 눈에 잘 띈다. 그 뒤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덜 화려하다. 내가 스타크래프트와 아이폰을 함께 떠올리는 이유는 그 두 번째 일을 묻기 위해서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제품이 계속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