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힙니다. 저는 CCKOREA라는 Creative Commons License를 보급하는 곳의 활동가였습니다. CCKOREA는 이후 COD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CL을 가장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조건만 지키고 제 것 자유롭게 쓰세요!”
핵심은 ‘자유롭게’보다 ‘조건만 지키고’에 있습니다. CCL을 적용한다는 것은 별도의 허락 없이 내 저작물을 복사하거나 배포해도 괜찮다는 약속을 정하는 일입니다. 어떤 범위까지 허용할지는 붙이는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CCL의 이름에 붙는 기호를 먼저 보겠습니다.
CC는 CCL이 적용된다는 표시입니다. BY는 저작자를 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NC는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ND는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이고, SA는 변경한 결과물도 같은 조건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 어떤 라이선스가 법적으로 가장 맞는지 대신 결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어디까지 열고 싶은지 생각하기 위한 당시의 설명입니다. 상업적 이용을 배제하고 싶다면 CC-BY-NC, CC-BY-NC-ND, CC-BY-NC-SA 같은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목적과 공개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주로 CC-BY-NC-ND를 활용했습니다. 영리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CCL을 선택한 이유는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개방의 효과입니다.
경험이나 콘텐츠를 한 곳에 가두면 널리 퍼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복사와 재배포를 허용하면, 콘텐츠가 좋을 때 더 많은 곳에서 읽힐 수 있습니다. BY 조건을 붙이면 누가 만들었는지도 함께 알려집니다. 개방은 내 콘텐츠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콘텐츠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입니다.
둘째, 책만 팔아서 돈을 버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책을 바탕으로 강연을 하고 강좌를 열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블로거도 콘텐츠 자체만 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CCL이 수익을 만들어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열어도 수익의 가능성을 반드시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된 콘텐츠가 어떤 관계와 기회로 이어질지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멀티 플랫폼입니다.
블로그에만 머물지 않고 페이스북, 네이버 포스트, 티스토리, 브런치, 미디엄 같은 여러 채널에 콘텐츠를 놓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채널에서 허용되는 재사용 범위와 저작자 표시는 확인해야 합니다. 몇 가지 조건을 지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이트로 옮길 수 있고, 나는 더 넓은 접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잘 작동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고유함을 파는 일입니다.
BY를 붙인 콘텐츠는 어디에서 유통되더라도 저작자 표시를 요구합니다. 그 표시가 곧바로 독자나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만들었는지와 누가 만들었는지를 함께 퍼뜨리는 역할은 합니다.
기업이 고유한 기업이 되려고 하는 것처럼 개인도 자신의 고유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체성은 콘텐츠에 녹아듭니다. 그 정체성이 여러 곳으로 이동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CCL의 한 가지 사용 방식입니다.
그러니 마지막에 남는 일은 하나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어떤 조건을 붙일지 정하고, 무엇을 열고 무엇을 닫을지 확인하고, 콘텐츠가 유통된 뒤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강연·강좌·서비스·대화를 설계해야 합니다. 다음 콘텐츠를 공개하기 전 조건과 뒤따를 수익 경로를 각각 적는다. CCL은 마케팅을 대신해 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내가 만든 것의 이름과 조건을 함께 움직이게 하는 도구입니다.
여러분의 콘텐츠에는 어떤 조건이 어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