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말할 때 우리는 자주 상승과 하락의 선을 그립니다. 어떤 것은 성장하고, 성숙한 뒤, 쇠퇴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까요?
2017년 저는 인간 발달을 다룬 책에서 트렌드를 보는 비유를 빌렸습니다. 전통적인 발달 관점은 성장과 성숙을 중심으로 보지만, 전생애 관점은 한 사람 안에서도 성장과 감소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생각을 변화하는 제품이나 문화에 옮겨보면, 하나의 트렌드 안에서도 어떤 성질은 강해지고 다른 성질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 발달 이론이 곧 트렌드 예측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대상을 잇는 비유입니다. 비유가 알려주는 것은 답보다 관찰 순서입니다.
먼저 변화의 주체를 정합니다. 제품인지, 서비스인지, 특정한 사용 방식인지 범위를 좁힙니다. 다음에는 환경을 봅니다. 제도, 문화, 경제, 기술, 시간과 장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체와 환경이 만나는 장면을 찾습니다. 환경이 주체를 바꾸는지, 주체가 다시 환경을 바꾸는지 살핍니다.
예시는 빈칸으로 남겨도 충분합니다.
주체: 내가 보고 싶은 대상
환경: 최근 달라진 제도·문화·기술
관찰 장면: 둘이 실제로 만나는 사용·구매·대화
커지는 성질 / 줄어드는 성질: 동시에 기록
`주체 × 환경 = 트렌드`라는 식은 계산식이 아니라 이 관계를 잊지 않기 위한 메모입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중 하나만 보면 상호작용의 절반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 틀로 미래를 맞힐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은 뜬다”라고 서둘러 말하기 전에 무엇이 커지고, 무엇이 줄며, 어떤 환경이 그 변화를 만들었는지 더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
성숙만을 변화로 보지 않기
원문은 인간 발달을 설명하던 두 관점을 트렌드에 빌려왔다. 전통적 접근에서는 주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구조와 기능을 키우는 방향을 보았다. 이를 그대로 옮기면 제품이나 산업도 성장하고 성숙한 뒤 쇠퇴한다는 한 방향의 그림이 된다.
전생애 접근이 보여준 다중방향성은 이 그림을 흔든다. 한 시기에 어떤 능력은 커지고 다른 능력은 줄 수 있다. 트렌드도 마찬가지로 한 덩어리로 성장하거나 쇠퇴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용자는 늘지만 수익성은 줄 수 있고, 기능은 많아지지만 사용의 단순함은 사라질 수 있다. 보급이 꺾여도 특정 집단에서는 더 깊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변화의 대상을 먼저 쪼갠다. 규모, 속도, 비용, 접근성, 신뢰, 사용 맥락처럼 무엇이 커지고 무엇이 줄었는지 따로 본다. 제품 생애주기의 한 위치만으로 모든 속성을 설명하지 않는다.
개인차와 맥락 보기
같은 연령의 사람도 다른 경로를 걷듯 같은 트렌드 안의 기업과 고객도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전체 평균이 오르더라도 지역, 세대, 직업, 사용 목적에 따라 반대 흐름이 있을 수 있다. ‘요즘 모두가’라는 말 앞에서 누구의 변화인지 묻는다.
주체는 환경의 영향을 받기만 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용 방식이 규칙과 문화를 바꾸고, 바뀐 환경이 다시 주체의 선택을 바꾼다. 원문은 고령화와 에너지 기술, 경기 침체와 전쟁, 스마트폰과 블록체인처럼 인문사회 조건과 과학기술 조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의 현재 영향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한 분야의 설명만으로 변화를 닫지 말라는 원칙은 남는다.
정체성과 환경의 상호작용
유전과 환경 가운데 하나를 고르던 논쟁에서 `둘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갔듯, 트렌드도 대상의 정체성과 환경을 따로 본 뒤 관계를 살핀다.
1. 변화의 주체를 정한다. 제품인지, 사용자 집단인지, 기업인지 섞지 않는다.
2. 주체가 유지하려는 특성과 현재 달라진 속성을 적는다.
3. 제도, 기술, 문화, 경제, 공간의 변화를 나눈다.
4. 환경이 주체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주체가 환경을 어떻게 다시 바꾸는지 화살표를 그린다.
5. 성장한 속성과 감소한 속성, 집단별 예외를 함께 적는다.
6. 다음 시점에 무엇을 보면 해석을 수정할지 정한다.
`주체(정체성)×환경→트렌드`라는 원문의 식은 예측 공식이 아니다. 변화의 관계를 빠뜨리지 않기 위한 메모다. 이 틀을 썼다고 미래가 맞는 것도 아니다. [정옥분의 『발달심리학: 전생애 인간발달』](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9969706)에서 가져온 관점을 트렌드에 확장한 저자의 해석이므로, 발달 이론 자체와 시장 예측의 근거를 같은 것으로 다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