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석 무렵, 가족과 제주도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여행 계획을 처음 맡았고, 마인드맵을 그려 장소와 시간을 엮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까지 겪고 나니, 좋은 계획은 일정을 단단히 고정하는 표보다 현장에서 바꿀 수 있는 지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보는 페이스북 지인들의 추천과 관광 정보 사이트, 맛집 검색, 지도에서 모았습니다. 당시 사용한 사이트와 게시물은 지금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추천 목록으로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처음에는 여행을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장소, 시간, 코스입니다. 2박 3일이라는 조건에 맞춰 제주를 서쪽·서귀포·동쪽으로 묶고, 각 장소에는 해변·경치·음식처럼 성격을 적었습니다. 시간에는 이동과 머무는 시간을 따로 두었습니다. 코스에는 공항과 숙소처럼 하루의 시작과 끝을 먼저 놓았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더하면 계획이 훨씬 유연해집니다. 예비안과 확인 시각입니다.
장소: 서쪽의 한 곳
시간: 이동 시간 + 머무는 시간
코스: 숙소에서 출발해 다음 거점으로 이동
예비안: 비가 오거나 대기가 길 때 바꿀 곳
확인 시각: 출발 전 영업시간과 이동시간을 다시 볼 때
실제 여행에서는 영업시간을 잘못 알아 점심 장소를 바꿨고, 인기 식당의 긴 대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았습니다. 비도 왔습니다. 반면 미리 조사해둔 후보가 있었기에 현장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의견을 듣고 우도를 일정에 더하기도 했습니다.
계획이 정확해서 여행이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미리 탐색한 장소의 수와 성격이, 계획이 어긋났을 때 순발력을 보태주었습니다. 저만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가족의 피드백도 코스를 바꿨습니다.
여행 계획은 길을 가두는 선이 아니라 함께 고치는 지도였습니다. 장소와 시간만 적지 말고, 무엇이 틀어질 수 있는지와 그때 고를 두 번째 길까지 적어두면 좋겠습니다.
정보를 모은 채널
당시에는 페이스북에 제주가 처음이라고 쓰고 추천을 받았다. 여행 둘째 날에는 친구가 공유한 맛집 지도를 보고 점심 장소를 바꿨다. [비짓제주](http://www.visitjeju.net), Daily Jeju, [다이닝코드](http://www.diningcode.com), 당시 다음 지도도 참고했다. 즐겨찾기한 장소가 지도 위에 함께 보여 코스를 비교하기 편했다. 이 서비스와 링크는 2017년 여행 당시 기록이므로 현재 정보는 다시 확인해야 한다.
장소·시간·코스로 나누기
마인드맵의 첫 가지는 장소, 시간, 코스였다. 2박 3일 일정에 맞춰 제주를 서쪽, 서귀포, 동쪽 세 영역으로 나누고 각 장소에 확정과 예비 표시를 붙였다. 예비 장소는 시간이 남거나 날씨와 영업시간이 달라졌을 때 움직일 여지를 준다. 해변, 경치, 공원, 폭포처럼 장소의 성격도 적었다.
시간은 이동시간과 머무는 시간으로 나눴다. 관광지마다 한 시간 정도를 잡았는데 정확한 계산은 아니어도 하루에 너무 많은 장소를 넣는 것을 막았다. 코스는 첫날 공항에서 숙소, 둘째 날 숙소에서 나갔다 돌아오는 순환, 셋째 날 숙소에서 공항으로 잡아 각 날짜의 시작과 끝을 정했다.
지역 조사와 코스 수정
각 장소에는 개장·영업 시간과 `군산오름-해질 무렵, 여유가 되면 밤하늘` 같은 성격을 적었다. 음식점에는 흑돼지, 고기국수, 돔베고기처럼 종류를 붙여 짧은 여행에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후보를 지도에 즐겨찾기하고 이동 시간을 재면서 순서를 바꿨다. 서쪽 일정에 두었던 삼양해수욕장을 셋째 날로 옮기고,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코스도 시험했다. 가족에게 계획을 보여준 뒤에는 우도가 추가됐다. 혼자 만든 답이 아니라 함께 갈 사람들이 수정한 초안이 됐다.
계획이 깨진 순간
청아돈의 영업시간을 잘못 파악해 오후 두 시에 도착했을 때 문을 닫는 중이었다. 근처 보리밥집으로 바꾸었고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비 때문에 실내 대기가 안 되는 인기 음식점도 포기했다. 성산회관은 약 30분, 한 전복집은 약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다른 키워드로 찾아간 음식점이 좋은 대안이 됐다.
이때 예비 후보와 지역별 조사, 지도 즐겨찾기가 도움이 됐다. 여행의 순발력은 계획을 버리는 능력만이 아니라 계획 전에 한 탐색의 양과 질에서 나오기도 했다. 다음에는 영업시간과 휴무를 출발 직전 다시 확인하고, 같은 지역에 실내·실외 예비 장소를 하나씩 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