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에는 그 대상을 설명하는 성질이 있다. 철학에서는 내포와 외연이라는 말로 더 세밀하게 다루지만, 아이디어를 찾는 작업에서는 우선 ‘성질’이라는 쉬운 말을 쓰기로 한다.
탐색할 대상의 성질을 찾는다. 그리고 그 성질을 모으고, 연결하고, 의심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 본다.
2017년에는 ‘미래의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바퀴, 모터, 좌석, 수납공간, 전기, 컴퓨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자동 주행, 개인 소유와 대여 같은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당시의 미래 상상이며, 지금의 기술 사실이나 전망을 확인한 목록은 아니다.
첫째, 떠오르는 성질을 모은다.
이미 아는 것과 자료에서 확인한 것, 아직 추측인 것을 함께 적되 표시를 달리한다. 자동차에 바퀴가 있다는 관찰은 근거가 있는 항목이다. 미래 자동차에 특정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가설이다. 판단할 자료가 없으면 보류라고 적는다.
둘째, 성질 사이의 연결을 넓힌다.
전기를 적었다면 배터리를, 네트워크를 적었다면 연결된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다. 하나의 항목에서 연상된 것을 더하되, 연상과 사실을 혼동하지 않는다.
나는 이 연상을 여러 번 이어 갔다. 컴퓨터와 모바일에서 네트워크를, 인공지능에서 음성 인터페이스를, 자동 주행과 자동 주차에서 지도 데이터와 내비게이션을 떠올렸다. 차량 기록 장치는 네트워크와 만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음악·라디오·통화를 생각하며 스피커와 마이크를, 진동을 이용한 음악 경험과 유리에 정보를 보여 주는 화면까지 더했다. 이것들은 2017년 당시의 아이디어 후보였으며 구현 가능성이나 필요성을 확인한 결론은 아니다.
셋째, “X는 과연 그러한가”라고 묻는다.
자동차는 개인이 소유한다는 가정을 의심하면 대여와 공동 사용이 보인다. 이때 실제 사례나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가능성으로 남긴다.
당시에는 개인과 가족이라는 사용자를 적은 뒤 차량이 꼭 개인 소유여야 하는지 물었다. 공유와 대여라는 속성을 추가한 것은 기존 목록에서 숨은 전제를 찾은 사례다. 같은 방식으로 좌석 수, 수납공간, 이동 목적도 누구의 어떤 장면을 상정했는지 되물을 수 있다.
넷째, “X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핸들, 페달, 거울처럼 익숙한 요소가 다른 장치나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지 생각한다. 바꾼다면 같은 기능을 무엇이 맡고, 안전과 사용 경험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적는다.
자동 주행을 가정하며 핸들과 페달을 지우고, 거울이 맡던 주변 확인을 카메라로 옮겨 보았다. 블랙박스를 클라우드 기록 서비스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탐색에서는 요소를 지우기 전에 그 기능과 실패 위험을 적어야 한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 상황은 없는가. 연결이 끊기면 기록은 어떻게 남는가. 가설이 안전과 책임에 닿으면 상상만으로 채택하지 않고 근거 확인 단계로 넘긴다.
이 과정에서 목록은 늘었다 줄어든다. 어떤 것은 근거를 얻고, 어떤 것은 가설로 남고, 어떤 것은 버려진다. 목표는 그럴듯한 미래 예측을 길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성질과 그 성질을 바꿀 때 필요한 조건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더 많은 지식과 관점을 모을 수 있다. 그래도 각자 자료를 살피고 자기 판단을 적은 뒤 합치는 편이 좋다. 한 사람의 확신이 곧 팀의 사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성질 찾기는 목록 만들기로 끝나지 않는다. 모으고, 연결하고, 의심하고, 대체한 뒤 근거와 가설을 다시 나누는 일이다. 그때 개념은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지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