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하면 한동안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자료는 늘어나는데 답은 멀어지고, 비슷한 생각이 자꾸 갈라진다. 시간만 쓰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에서 혁신의 과정을 그린 그림을 보며 이 시간을 떠올렸다. 복잡하게 퍼진 탐색이 어느 순간 몇 갈래로 모이고, 마침내 하나의 방향으로 좁혀지는 모습이었다. 원문의 그림을 그대로 보여 주지 않아도 내게 남은 감각은 분명했다. 명료함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단어와 정보가 따로 떠다닌다. 시간이 지나 관계가 보이면 비로소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 아이디어를 찾는 혼란도 정보와 경험의 관계를 만드는 시간일 수 있다.
그렇다고 오래 헤맨 길이 언제나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 탐색할지 방향을 바꿀지 보려면 흔적을 살펴야 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관점이 있는가.
가능성이 낮아져 버린 선택지가 있는가.
처음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는가.
하나라도 남는다면 혼란 속에서도 탐색은 움직이고 있다. 반대로 같은 자료만 반복해 보고, 질문도 선택지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도구나 범위를 바꿀 때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보거나, 프레임을 써 보거나, 더 작은 질문으로 줄일 수 있다.
시계를 보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시간과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걸린 시간만으로 탐색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짧게 끝났어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 있고, 돌아간 길에서 중요한 조건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혼란스러움은 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곁에 붙들 친구도 아니다. 대화를 나누며 무엇을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하는 동행자에 가깝다.
아이디어를 찾는 동안 한 걸음씩 간다는 것은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다. 한 걸음마다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버렸는지 남기는 일이다. 그 흔적이 쌓일 때 헤맴은 조금씩 방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