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품기획연구회 3월 세미나에서 개그맨 정성호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래 내용은 당시 내가 남긴 현장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발화와 경력의 세부를 별도 녹취나 자료로 확인한 기록은 없다.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며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장면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많아 고유한 색을 찾지 못했고, 긴 무명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리포터로 일하던 때 누군가 “무슨 개그를 했지?”라고 물었고, 답하지 못한 채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만났다고 했다. 다른 옷도 입어 보고, 그만두라는 말도 듣고, 방송국 성우실에서 지내며 작품을 고민한 시간이 이어졌다. 파트너와 만든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인기도 영원하지 않았다.
전환점으로 들린 것은 성대모사였다. 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너무 오래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성대모사라고 답했고, 여러 인물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했다.
당시 메모에는 이런 말이 남아 있다.
“남의 손에 있는 것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고칠 것 아닌가.”
정확한 발화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내가 강연에서 받아 적은 뜻은 분명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알아보는 일과 잘못된 지점을 고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기다움을 믿는다는 말이 약점을 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성공의 한 가지 공식으로 만들 수는 없다. 정성호 씨의 경력에는 이 기록에 담기지 않은 사람과 기회, 노력과 조건이 더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상품기획의 언어로 옮겨 볼 질문은 남는다.
내가 반복해서 잘해 온 것은 무엇인가.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 막힌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먼저 알아본 나의 차이는 무엇인가.
서비스나 상품에도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기획자가 원하는 이미지보다 고객이 반복해서 알아보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잘하는 것을 키우면서 불편을 주는 지점은 고쳐야 한다. 그렇게 모인 선택이 상품의 색깔, 곧 정체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정체성 하나에서 시작된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무엇을 가진지도 모른 채 남의 손만 바라보면 자기 상품의 출발점은 찾기 어렵다.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알아보는 일. 그날 세미나가 내게 남긴 기획의 첫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