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술을 만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들이 쓰는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은 사람의 생활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와 환경을 만난다. 구현된 기술과 실제 쓰임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거리가 있다.
예전에 애플페이와 다른 결제 서비스를 비교하며 이 거리를 생각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애플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쓰일 환경과 관계를 함께 고민했다고 보았다. 이 판단의 세부 사실과 성과 원인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그 사례가 내게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제품이 어떻게 쓰일지를 기술만큼 오래 바라보고 있는가.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인문과 기술의 교차점도 나는 그런 태도로 이해했다. 실제 생활을 관찰하는 일과 기술의 가능성을 아는 일이 서로 만나는 자리다.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의 불편을 알아도 기술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모르면 구현하기 어렵고, 기술을 잘 알아도 사람의 장면을 놓치면 쓸 이유가 없는 제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찾을 때 나는 네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놓아 본다.
첫째,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멈추고, 돌아가고, 다른 방법을 택하는지 본다. 관찰을 대신해 상상만 하지 않는다.
둘째, 지금 기술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름이나 유행을 아는 데서 끝내지 않고,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살핀다.
셋째, 이미 있는 것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새로운 것을 빈 공간에서 찾기보다 기존 제품의 요소와 관계를 바꿔 본다. 나는 이것을 ‘변이’라고 부른다.
넷째, 만들어진 것이 실제로 쓰이는 장면은 어떤 모습인가. 사용자만이 아니라 도입을 결정하거나 운영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도 함께 본다. 그들 가운데 한쪽이 움직일 수 없다면 설계를 다시 살핀다.
이 네 질문은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니다. 관찰한 장면이 틀릴 수도 있고, 기술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멋진 아이디어를 지키기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것은 번쩍이는 생각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실을 보고, 기술을 이해하고, 익숙한 것을 다르게 놓고, 쓰이는 장면을 끝까지 상상하는 동안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디어를 찾는 일은 결국 사람의 실제 생활로 여러 번 돌아오는 일이다.